이 집은 목조주택 이였다가, 콘크리트로 바뀌었다가 다시 목조주택으로 돌아왔다가, 아쉬움에 다시 콘크리트 주택이 되었다가 결론은 목조주택으로 남았다. 그래서 나는 목조로 도면을 그렸다가, 콘크리트로 고쳐 그렸다가, 다시 목조로 그려야 하는 수고스러움을 반복해야만 했다.
영화 '뷰티인사이드'가 떠올랐다. 우진은 하루는 여자였다가, 하루는 안생긴 남정네 였다가, 자고 일어나면 외국어를 할수는 있으나 알아듣지는 못하는(?) 괴상한 컨셉의 외국인도 되었다가 하루 하루 변한다. 건축주의 마음도 마찬가지다.
목구조와 콘크리트구조의 장단점을 비교하면서 여러 번 바뀌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 어떻게 해야 할까. 장점을 볼 것인가, 단점을 볼 것인가 ? 장점과 단점을 제대로 알고 있는가. 단점을 보완하면 장점이 되는가? 어려운 판단을 해야 하지만, 우선 장점을 보라고 권하고 싶다.
단점이 보완되었다고 곧 장점이 되기는 어렵다. 목구조가 가지는 구조적인 단점이나 한계가 어떤 방법으로 보완이 되더라도 콘크리트가 가지는 기본적인 장점에 비할 것이 못될 수 있고, 콘크리트가 어떤 화장을 하더라도 나무가 가지는 정감을 넘어서긴 어려울 수도 있다. (꼭 그렇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리고 하지석동 주택은 하나 더 공사비의 한계가 무엇보다 우선이었다. 구조가 여러 번 바뀐 것도 비용의 문제였다. 누구는 콘크리트가 저렴하다고 하고, 또 어떤 이는 목구조가 상대적으로 저렴하다고 하다 보니 건축주 입장에서는 그 사이의 격차를 줄이기가 만만치 않았다.
건축가의 입장에서도 판단이 잘 서지 않는다. 하지만 결론적으로는 똑같다.
장점과 단점을 가능성의 금액으로 환산하자면 똑같다는 결론이다. 그렇다면 가능한 면적은 줄이고, 일반적인 재료를 선택하면서 그 안에서 해답을 찾아야 한다. 건축가의 손놀림이 좀 더 부지런하다면 해답의 근사치에 도달할 것이다.
결과를 가지고 보면 단순하지만 이런 과정을 거치는 기간은 길었다.
크고 화려한 집이 아니라 '좋은 집'을 만들려는 건축주와 건축가의 오랜 시간은 평범했다. 그리고 작은 결과물로 밖에 남지 않았지만 재미난 시간이었다. 따뜻한 봄이 한창이면 코찔찔 흘리며 때쓰던 막내와 사무실에서 그림을 그려 보여주던 이쁜 누나 그리고 아빠, 엄마와 함께하는 가족을 위한 '좋은 집'으로 기억될 집이 완성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