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의 글은 2018년 3월 오카야마, 다카마츠, 나오시마, 데지마를 다녀온 후 브런치에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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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 출발 | https://brunch.co.kr/@zipcreator/2
네 남자가 길을 떠났다. 다들 건축쟁이들이다. 그들은 건축가들과 건축사진가다. 30년을 훌쩍 넘겨버린 건축가, 그리고 일행 중 가장 어린(?) 건축사진가가 경력 20년 되었으니, 다들 모두 중년 이상이다. 수차례 다녀온 길을 또 나서는 네 남자의 왕초는 출발부터 사진을 남긴다. 이번 여정은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서 시작된다. 오픈한지 얼마 되지 않은 곳이라 2청사에서 시작은 일행 모두 처음이다.
[ 2 ] 박제되지 않은 도시 재생 | https://brunch.co.kr/@zipcreator/3
구라시키미관지구의 경관은 건축가 '나라무라 토우루(楢村 徹)' 를 중심으로 하는 6명의 건축가 모임인 구라시키재생공방(倉敷再生工房)에 의해서 1988년부터 진행되어 지금에 이르고 있다. 그들은 '오래된 민가를 모던한 리빙으로!' 「古い民家をモダンリビングに!」 라는 테마로 30년간 수백 채에 이르는 민가를 재생해 왔다. 그들의 방법은 확실했다.
[ 3 ] 구라시키(倉敷)와 대상인 오하라(大原) 집안의 선견 | https://brunch.co.kr/@zipcreator/14
도시의 쇠퇴는 재개발이란 명명아래 거대 자본이 투입되어 새로운 도시로 발돋움 할려는 움직이기 일기 마련이지만 오랜 봉건체제로 경제적으로나 문화적으로 독립되어 있던 시대상황은 그 흐름을 빗겨날 수 있었고, 1940년대 후반부터 싹트리 시작한 경관보존에 대한 의식과 1988년부터 시작된 구라시키재생공방(倉敷再生工房)의 활동은 도시의 경관을 보존할 수 있었다.
[ 4 ] 구라시키미관지구의 현재 | https://brunch.co.kr/@zipcreator/19
이곳 구라시키미관지구도 옛모습이 많이 남은 장소여서 인지 조금은 개량이 된 듯한 일본 전통 의상을 입고 다니는 젊은이의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한복을 입고 다니는 우리의 모습처럼 이들의 모습도 밝고 이쁘다. 한복만큼이나 형형 색색인 젊은이의 모습이 이방인인 나에게는 새롭다.
[ 5 ] 자연에서 한부분을 지워 인간의 상상력으로 메운 미술관 | https://brunch.co.kr/@zipcreator/22
지금 생각해 보면 미술관과 200여미터 떨어진 언덕 위에 정류장이 위치한 것은 미술관을 제대로 관람하기 위한 배려다. 관람을 위한 그 짧은 거리의 여정도 세심하게 신경을 쓴 것이다. 입구 근처 길가에 내려놓고 가도 될 법하지만 굳이 미술관이 채 보이기도 전에 내려 놓고 관람자로 하여금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적 여유를 준다. 몇 발짝만 떼어 놓고 보면 바다다. 그리고 주변에 어떤 표식이 될 만한 것들도 보이질 않는다. 데시마미술관 마져도 약간 봉곳하게 솟아 있을 뿐 주변 경관을 헤치지 않는다.
[ 6 ] 웰컴 호박, 웰컴 쿠사마 | https://brunch.co.kr/@zipcreator/25
선착장에서 바다를 보면 빨간 호박 한덩어리가 있다. 쿠사마 야요이(草間彌生, 1920- )의 작품이다. 웰컴 나오시마의 원조격이다. 1994년에 이 붉은 호박(赤かぼちゃ)이 이 곳에 놓여졌으니, 페리 선착장(2006)보다 12년 먼저 이 장소를 점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선착장과 불과 100여 미터의 밖에 놓인 붉은 호박은 지금은 좀 소외된 듯하다. 예전 사진에서 보았을 때는 잔디밭에 놓여 주변으로 관람하는 사람들에 의해 잔디가 밟혀 눌려져 있었으나. 그것이 보기 싫었던지 지금은 초록색 콘크리리트를 깔아놓았다. 관리상 필요에 의해서 그랬는지 모르지만 발바닥을 통해 전해지는 그 딱딱함이 바다와 유리박스 사이에 놓인 저 붉은 호박을 초라하게 만들었다.
[ 7 ] 안도 다다오의 빛 그리고 제임스 터렐의 빛 | https://brunch.co.kr/@zipcreator/38
빛과 공간의 이야기에 한층 더 살을 붙여 놓아 튼튼해 졌다. 그로 인해 안도 다다오는 minamidera에서 빛이 없는 공간에서 빛을 얻었다.
[ 8 ] 베네세(Benesse Corporation)재단과 이에(家) 프로젝트 | https://brunch.co.kr/@zipcreator/39
구라시키미관지구 내에 있던 오하라미술관이 있기 까지는 코지마 토라지로(兒島虎次郞, 1881-1929)라는 인물과 그를 알아 본 오하라 마고사부로(大原孫三郞,1880-1943)가 있었다면 나오시마(直島)를 예술의 섬으로 승격화한 후쿠다케 소이치로(福武總一郎, 1945生)에게는 아키모토 유지(秋元雄史)라는 조력자가 있었다. 이 점을 우리는 상기해야 한다.
[ 9 ] 재촉하지 않는 편안한 섬, 그리고 이면 골목의 정겨움 | https://brunch.co.kr/@zipcreator/40
곧추 서있는 콘크리트 격자 속에서 우리는 수직이 아니라 수평이라 한다. 나의 위에 누가 있는지 모르고 나의 아래에 누가 사는지, 모르는게 아니라 관심이 없다. 우리가 정작 수평으로 살았을 때는 들리지 않던 소음이 이제는 너무나도 확실하게 전달되어 시비 꺼리가 된다. 감당할 수 있는 속도의 변화보다 더 빠르게 다가와 버린 현실이 매섭게 느껴진다. 우리가 예전에 가졌던 골목에서 이러한 일은 남사시러워 뱉지도 못했던 것들이다.
[ 10 ] 나오시마의 자전거 그리고 안도의 전동자전거 | https://brunch.co.kr/@zipcreator/41
지금도 마찬가지로 예전 안도의 작업은 압도될 만큼이지만 혹시 이제는 더 이상 페달을 밟지 않고 있는 것은 아닌가. 아니면 좀 편한 전동자전거로 옮겨 타고 수월하게 오르막과 내리막을 거침없이 달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
[ 11 ] 또 다시 베네세(Benesse) | https://brunch.co.kr/@zipcreator/42
구라시키미관지구 (倉敷美観地区)와 나오시마(直島)일대의 재생은 한국에서 하고자 하는 사례와는 다른면이 분명히 존재한다. 그 중 가장 두드러지게 다른 점은 개별 재생이 도시 재생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인것 같다. 모든걸 한꺼번에 이루려는 생각은 그 발상부터 잘못이다.
[ 12 ] 원조 우동의 동네에서 만나는 재건 일본의 상징 단게겐죠(丹下健三) | https://brunch.co.kr/@zipcreator/43
단게겐죠는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수상자가 없는 프리츠커상(Pritzker Architectural Prize)을 일본 건축가 최초로 1987년에 수상한 인물이다.
[ 13 ] 은둔의 건축가 다니구치 요시오(谷口吉生) | https://brunch.co.kr/@zipcreator/44
그의 작품을 보면 분명 강호의 은둔 고수다. 모든 건물에서 숨겨놓은 디테일은 그의 고집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전에도 밝혔듯이 안도의 매시브한 콘크리트에 식상해졌다면, 은둔고수 다니구치 요시오를 다시 보자.
[ 14 ] 새로움에 도전, 이노쿠마 겐이치로와 다니구치 요시오 | https://brunch.co.kr/@zipcreator/45
1991년에 개관을 했으니, 만남이 있었다면, 80대 중반의 노화가와 갓 50대에 접어든 한창 바쁜 건축가의 만남이었을 것이고, 만남이 있었다면, 아마도 견해차로 첨예한 대립이 있었을 것이고, 만남이 있었다면, 그들은 서로를 알아보고 공감하는 순간이 있었을 것이다.
[ 15 ] 구름 위의 마을 도원(雲の上の町の梼原) 그리고 도원(桃源) | https://brunch.co.kr/@zipcreator/46
구름인지 안개인지 비가 그친 동네에 차분하게 깔려가고 있었다. 고원 지대여서 3월 중순을 지나고 있지만 아직 길가의 가로수는 꽃도 잎도 내어 놓지 않았다. 이 동네 이름은 우리 음으로 읽자면 도원(梼原)이다. 복숭아꽃은 아니어도 몇일만 더 머물렀다면 비슷한 벚꽃은 피었을 것이다.
[ 16 ] 구마겐코(隈研吾), 고전에서의 탐구 그리고 약한 건축 | https://brunch.co.kr/@zipcreator/47
구마겐코는 새로운 것을 만들었다고 하지 않았다. 오래전에 있었던 옛 표현을 자신의 작업에 복원하여 사용하였고, 집성재를 이용하여 조적 형태로 쌓는 방식은 기존의 축조 형태와는 다른 구체성과 추상성을 부여하였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모더니즘에서 잃어 버렸던 일본의 객관성, 다시 말해 일본적인 것에 접근하는 구마겐코의 방식이다.
[ 17 ] 사와다맨션(澤田マンション) 낯설지 않은 희망 | https://brunch.co.kr/@zipcreator/48
이 공동주택은 입주 당시 모자가정, 사회적 빈곤 및 소외계층을 우선 입주토록 하여, 건물 하나가 가지는 사회적 역할이 컸었다. 그리고 지금은 비교적 저렴한 임대료에 젊은 청년들이 많이 거주하게 되었고, 개발 행정과는 원래 상반된 입장을 고수하는 건축가들이 관심을 보임으로 인해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우리에게는 낯설기만 한 이런 움직임이 이 곳을 살리는 희망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