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주의 양동마을 남쪽 끝자락 언덕에는 넓은 안강 뜰과 형산강을 내려다보는 집이 한 채 있다. 그 집은 조선 초기 청백리로 녹선되었던 우재(愚齋) 손중돈(孫仲暾)의 집이다. 곡식이 자라는 모습을 보는 정자라는 의미를 지닌 이 집의 이름은 ‘관가정’(觀稼亭)이다. 높은 곳에 자리하여 독특한 배치를 하고 있는 관가정은 집의 이름이며, 사랑마루의 이름이기도 하다.  작은 마당을 가진 ㅁ자 형태로 전면에 날개처럼 펼쳐진 사랑채와 누마루는 남부지방 소박한 반가(班家)의 백미다. 마을을 밝혀주는 장소이고 양동마을의 중심이다.
장기동 주택의 이름은 관연정(觀娫亭)이다. 의뢰를 받고 들어설 땅을 한차례 둘러본 뒤 지은 이름이었다. 볕이 잘 드는 정자를 뜻한다. 택지개발로 들어선 동네를 살펴보면 서로 안면부지의 사람들이 이웃으로 만나게 된다. 관계가 좋다면 집 또한 더없이 좋아지겠지만 그 반대의 상황이라면 집 짓는 자체가 곤욕에 가깝다. 대부분 주변 이웃에서 쏟아지는 각종 민원에 시달려 완공이 되어 첫발을 디디기전 이미 지쳐 내 집에서 누려야 할 행복은 반감되고 만다. 하지만 오랫동안 같이 해야 할 이웃이다. 그래서 양동마을의 관가정이 그러했듯이 이 곳의 이 집에 관연정이라는 이름을 지으며 그 뜻을 기리길 바랬다. 
집을 의뢰하시는 분들은 대부분 자신의 집을 그려본다.
모눈종이의 칸칸을 메워가며 이리저리 구상한 흔적들을 건축가 앞에 부끄럽게 펼쳐놓으며 자신의 집 이야기를 시작한다.
재미있다. 한참을 얘기에 집중하여 듣다보면 어떤 집을 원하는지 알수 있다.
건축주의 스케치가 자신이 원하는 집을 정확하게 표현하지는 못하지만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이후의 긴 이야기를 시작하게 도와준다.
스케치를 거듭하다 처음 도면을 그려 보여주면 자신이 그동안 하여왔던 이야기와 자신이 그렸던 집의 평면과 다름에 의아해 한다. 하지만 찬찬히 설명을 듣고 들려주었던 이야기를 어떻게 건축적으로 이 집에 나타나고 있는지 듣고 나면 이내 자신의 이야기가 많은 부분 스며들고 있음을 알게 된다.

아마도 정방형의 형태에 거실에서 모든 방을 접근할 수 있는 일상적인 평면을 구상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아도 집이 가능할 수 있다. 그리고 지금과 같은 평면이 아니여도 된다.
같은 이야기는 여러 개의 다른 집으로 펼쳐지고 곰곰히 살펴보면 똑같은 이야기임을 알 수 있다.

다이닝과 거실이 마당을 건너 마주 본다. 중정 형태의 마당은 밀집한 이 곳에서 가족에게 다양한 외부 활동을 가능하게 한다. 날 좋은 저녁이면 마당에서 식사를 겸할수 있고 다이닝의 연장이 될 수도 있다. 거실에서 놀던 아이들은 문을 열어젖히고 마당으로 나갈 수도 있다.
대지위치_경기도 김포시 장기동 | 대지규모_233.9 ㎡ | 건축규모_지상 2층 | 건축면적_120.83 ㎡ | 연면적_194.32 ㎡
건폐율_51.66 % | 용적율_83.08 % | 최대높이_10 M | 공법_경골목구조
지붕마감_칼라강판 | 외벽마감_타일, 탄화목(레드파인) | 바닥재_강마루 | 창호재_PVC 시스템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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