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많은 스케치와 검토로 방향을 잡아 가고 있다. 건축주의 많은 요구사항을 염두해 두고 있지만 그 중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은 메모의 첫 요구사항이다.

"빗소리를 고스란히 담을 수 있는 공간 "

그 공간은 비워진 중정이 될 듯하다. 방위와 중정의 위치를 고려하여 여러 공간들을 옮겨 가며 요구사항들을 맞춰 간다. 모든 요구사항들을 담아 두다 보니 면적이 한정없이 늘어났다.
이제는 면적을 줄여가야 한다. 더 이상 줄일 공간이 발생하지 않을 만큼 줄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중요도를 나누고 공간감을 고려하고 합리적인 배치를 위해 다시 스케치를 시작한다.
중정의 위치는 가운데에서 한쪽 측면으로 치우치는 배치도 변경되었다. 중정이 가운데 배치되면서 복도가 길어져 면적이 예상보다 늘어났기 때문에 변경할 수 밖에 없다. 중정의 면적을 줄이면서는 전면 발코니와 연결하여 실제적으로는 면적 변동이 없게 하였다.
중정은 2층에서의 마당이다. 식당과 거실 공간에서 모두 바라봐야 하고 가능하다면 욕조에서 근사한 형태로 바라볼 수 있으면 좋겠다. 세 공간에서 빠짐없이 한 공간을 바라보게 하는게 계획의 방향이 되었다. 소리와 풍경을 즐겨야 하고 빛이 자연스럽게 공간으로 배어드는 역할을 해줘야 한다.
충분히 공감하는 부분을 만들었다. 버려야 할 것과 남겨야 할 것, 그리고 새롭게 아이디어를 필요로 하는 부분들이 정리되었고, 지금까지 진행된 사항들의 중요도를 나열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수차례의 만남은 또다시 제자리 걸음의 위치로 돌아올 수 있다. 그것이 집짓는 과정이다. 서로 고집하지만 않는다면 언제나 좋은 집이 만들어진다. 이쁜집이 아니라, 좋은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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