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은 한 눈에 쉽게 잘 파악된다. 특히 작은 집은 그렇다. 때문에 집이 작아질수록 건축가는 긴장하게 된다. 조금이라도 소홀히 한다면 뜻하지 않게 자책을 하게 된다. 돌이킬 수 없다면 자책도 소용없다. 건축가가 건축주를 자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는 이유는 어쩌면 생길지도 모르는 그 자책을 하지 않기 위한 노력이다.
이 집은 기억으로만 남게 되었다. 그 과정이야 어떻게 되었던 건축가의 책임이다. 의뢰인은 건축가를 믿고 따르지만 아마도 역량이 부족한 탓에 수정이 거듭되면서 원형은 사라졌다. 하지만 부디 좋은 집으로 남길 바란다. 모든 것은 좋은 집을 짓기 위한 과정이다. 원래 모습이 변했더라도 건축가가 제안했던 그 모습이 현재는 아니더라도 현재의 모습에 예상과는 다른 만족감과 삶이 있다면 그것 또한 좋은 집이다.
지금은 형태적으로 많이 변했다. 그래서 건축가로서 책임을 느끼고 자책한다.
두포리 주택은 예술가 부부와 딸을 위한 집이다. 작업실을 제외하고 나면 거실도 없는 그다지 크지 않은 집이다. 이 부부와 1년 가까이 적어도 2주에 한번은 만남을 가졌다.
건축가를 난처하게 하는 부류 중에 단연 으뜸은 예술인이다. 그들은 어떤 면에선 까다롭다. 항상 그럴 것이라고 생각해 왔었다. 그들은 건축가들보다 직관이 좋을 뿐 아니라 공간감도 훌륭하고 개성이 강하다. 그래서인지 건축적으로 해석하고 공간을 만들어 나가기가 쉽지 않은 경우가 종종 있다. 반면 정반대의 경우도 있다.
아마도 2017년 연말 만난 예술가 부부는 그 정반대의 경우에 해당할 듯하다.
더욱 감사하고 그들에게 매료되었던 것은 시간이 지날수록 건축가의 작업을 너무 나도 잘 이해해 주는 분들이었다. 그들은 누구에게도 보여지지 않고 관심거리도 되지 않는 뒤편에 숨어 있는 과정을 알고 있었다. 그 과정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작업인지 그동안 스스로 체감해 왔기 때문에 함부로 해서는 안되는 것임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그 가치를 인정하는 것이 자신들이 건축가를 도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것도 잘 알고 있었다.
이 곳은 도심에서도 한참 거리가 있는 곳이다. 그리고 언덕을 가파르게 어느 정도 올라 집이 위치하고 길 건너 계곡은 말라 있으나 한창 더울 여름이면 물소리를 들을수 있다. 이런 전원주택의 주변 여건에서는 가능한 외부를 즐겨야 한다. 안과 밖이 경계가 모호해지면 더욱 좋겠으나, 감수해야 할 여러 조건들을 생각한다면 전망 좋은 발코니 정도가 적소에 위치한다면 좋다.
대지는 경사져 있고 한 층정도의 높이여서 지하와 지상 출입을 달리 하고 작업 공간과 생활 공간을 구분을 명확하게 할 수 있다. 그리고 재료도 달리하여 그 속내를 짐작케 한다. 전면 발코니는 아주 먼 안산을 바라보고 몇 가구 되지는 않지만 동네를 내려다 볼 수 있다. 시원한 바람을 맞을 수 있다.
작업실과 더불어 가장 중요한 공간은 딸의 방이다. 그 방은 공부방과 침실을 구분했다. 아직 어린 숙녀는 이곳에서 머물 시간이 아직 많이 남았다. 그리고 가족가 함께 절대 잊혀지지 않는 자신의 공간이 될 것이고 집이 될 것이다.
대지위치_경기도 파주시 파평면 두포리 | 대지규모_538 ㎡ | 건축규모_지하 1층, 지상 2층 | 건축면적_99.63 ㎡
연면적_198.11 ㎡ | 건폐율_18.52 % | 용적율_25.65 % | 최대높이_9.97 M | 공법_철근콘크리트조, 경골목구조
지붕마감_칼라강판 | 외벽마감_아연도금 골강판, 탄화목(레드파인) | 바닥재_강마루 | 창호재_PVC 시스템창호